라틴어의 시제(tense), 시간(time)과 시상(aspect)
라틴어 시제는 6가지가 있으며, 이들이 9가지의 시간적 상황을 나타낸다.
☞ 아마도 라틴어 시제에서 가장 주의할 부분은 완료시제와 현재시제이다. 어떤 학습서들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듯하다.
(1) 완료시제는 완료시상과 단순시상 등 2가지 시상을 가지고 있다. 실제 문장에서는 단순시상 즉 단순과거시제로 더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완료시제가 들어간 다음 문장은 '현재완료'가 아니라 '단순과거'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Marīa vēnit in scholam. Agnus quoque vēnit in scholam cum Marīā.
마리아는 학교에 갔다. 양도 마리아와 함께 학교에 갔다.(단순시상)
만약 완료시상으로 이해한다면, '마리아와 양은 학교에 갔으므로 지금은 여기에 없다'등의 의미가 포함되게 된다.
따라서 완료시제는 문맥에 따라 2가지 번역이 가능하다.
아래 문장들도 2가지 번역이 가능하다.(휠록 143쪽) 한국어로 구별이 잘 안될 뿐이다.
Puella laudāta est.
(단순과거) The girl was praised(o). 칭찬받았다.(과거사건)
(현재완료) The girl has been praised(o). 칭찬받은 상태이다.(현재의 상태)
(잘못된 번역) The girl is prased(x). 칭찬받는다. 또는 받고 있다.(현재의 일)
* 미국학생들이 est 때문에 오류를 범하는 모양인지 휠록은 주의를 주고 있다.
Haec porta est clausa.
(단순과거) 이 문은 닫혔다.
(현재완료) 이 문은 닫혀있다.
즉, 완료시상으로 번역하면, '이 문은 이전에 닫혔고 지금도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가 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문맥이 형성되면 뜻은 한가지로 분명해진다.
Haec porta est clausa in quam intrat vir nēmō nec exit.
이 문은 닫혀 있어서 그 문으로 어떤 사람도 들어오거나 나가지 못한다.
문맥상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므로 이 문장에서 완료시제 est clausa는 완료시상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래와 같이 완료시상만 가지는 완료시제도 있다.
Unde vēnistī?
(현재완료) 너는 어디에서 왔냐?
이 문장의 숨겨진 의미는 '지금 여기에 있는 너는 어디에서 왔냐?'이다. 이 점에서는 한국말과 비슷하다.
(2) 현재시제는 주로 미완료 시상(진행 반복 습관)을 표현하는 현재미완료시제로 쓰이지만, 단순 시상을 표현하는 현재단순시제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문법서들도 있다.
★ 현재단순시제의 예
Nōn ad tē pertinet quod perīmus?
우리가 죽는 것이 당신에게는 관심거리도 아닙니까?
문맥을 떠나 이 문장만 보면 perīmus(우리는 죽는다)는 단순시상을 가진 현재단순시제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죽어가고 있는 중(미완료시상)'이 아닐 때도 이런 표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휘) pertinet(걱정이 되다, 중요하다, 현재 능동 3인칭 단수) perīmus(죽다, 현재 능동 1인칭 복수)
1) 시제와 시간과 시상의 개념
모든 언어는 말이나 글의 형태와 상관없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time)에 대하여 말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 어떤 동작이나 상태가 완결된 상태(단순 시상)인지 아니면 ⓑ 진행중이거나 반복되는 상태(미완료 시상)인지, 아니면 ⓒ 완결된 일의 결과가 특정시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완료 시상)인지 등을 나타내는 시상(aspect, 양상)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법상 시제(tense)라는 용어는 시간(과거, 현재, 미래)과 시상(미완료, 단순발생, 완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학자에 따라 여기서 말하는 시간을 시제라고 정의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제는 ‘시제’와 ‘시상’이 결합한 시상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제일까 시상법일까 이런 용어의 혼란은 시제(tense, 문법적 시간)와 시간(time, 물리적 시간)이 라틴어로는 모두 tempus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법적 시간(tempus, tense)이 ⓐ 시간과 양상(시상)의 결합이라는 의미(tense)와 ⓑ 양상과 구별되는 시간(time)이라는 2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식하는 물리적 시간은 문법의 차원을 떠나서 단순히 '연속되는 때의 흐름'이다. 모든 인류가 공통으로 느낀다. 어법상(문법상) 표현방식이 어떠하든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그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언어가 있고 그 다음에 문법이 있다. 문법은 언어에 내재된 규칙에 관한 학문이다. 따라서 학자의 견해에 따라서 언어 규칙의 설명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는 언어학적 측면이 아니라, 라틴어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학습자 입장에서 시제애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
* tempus(뗌뿌스)의 뜻 : ①시간(time), ②시대(age), ③시기(period), ④시제(tense) ☞ ①번과 ④번의 뜻이 모두 라틴어로는 tempus이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다. 다행히 영어나 한국어는 이를 구별하는 용어가 존재하므로(①번과 ④번의 뜻), time을 문법적으로 정의하여 두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한다면, '시상법'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시제'라는 말이 이미 일상에서는 '시상법'이라는 의미로 정착되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시상에 관한 라틴어 용어 aspectus(시상, 양상, aspect) - imperfectum(미완료, imperfect), aoristum(단순, 무정, 비한정, aorist, simple), perfectum(완료, perfect) |
2) 라틴어의 시제 - 6가지
라틴어의 시제는 현재시제, 미완료시제, 미래시제, 완료시제, 과거완료시제, 미래완료시제 이렇게 6가지가 있다. 이 6가지 시제가 9가지 시간적 상황을 나타낸다. 시제의 온전한 형태는 직설법에만 있고 나머지 서법에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시제가 있다. 이를 시간과 시상에 따라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이중에서 현재시제와 미래시제는 미완료시상과 단순시상을 가지고 있고, 완료시제는 완료시상과 단순시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시제는 현재미완료시제라고도 하며, 미래시제는 미래미완료시제라고도 한다. 따라서 이런 기준에서 보면 미완료시제는 과거미완료시제이다. 어떤 책에서는 미완료시제를 '반과거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시제와 미래시제는 미완료시상과 함께 단순시상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현재미완료시제나 미래미완료시제라는 표현은 적절한 용어가 아닐 수 있다
라틴어에서 완료시제가 완료시상을 나타낼 때에는 현재완료시제이고 단순시상을 나타낼 때에는 단순과거시제이다. 완료시상은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한 결과를 화자가 말하는 시점(과거완료, 완료, 미래완료)에서 알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단순시상은 어느 시점이나 어느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발생하여 완결되었고 말하는 시점에서 그 결과에 대해 염두해 두지 않고 말하는 방식이다.
과거완료는 라틴어로 plūsquamperfectum(쁠루-스꾸암뻬르펚뚬~, 완료보다 더한)라고 하며, ‘대과거’라고도 한다.
영어의 시제는 복잡해 보이지만, 동사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조동사와 분사 등을 결합하여 시제를 표현하므로 실제로는 더 단순하다.
영어의 시제는 기본시제인 현재단순시제와 과거단순시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제가 현재, 과거, 부정사, 분사 등을 2개 이상 섞어서 만든 동사구인 '우회표현어구(periphrasis)'이다.
ⓐ 기본시제
현재 : go(가다), will(~일 것이다), have(가지다)
과거 : went(갔다), would(~하곤 하였다), had(가졌다)
ⓑ 우회표현 시제의 예
과거완료 : had + p.p → '과거시제 + 과거분사'
미래 : will(현재) + 원형부정사' 또는 'be(현재) going(분사) to 부정사'
periphrasis(우회표현)에서 peri는 '둘레'이고 phrase는 '표현' 이므로, 우리말로는 '돌려말하기, 우회적 표현(roundabout way of speaking)' 정도가 적절한 뜻이므로 저 매우 낯선 일본식 표현인 용장활용(冗長活用)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일본어 '용장'의 원뜻은 요점없이 지리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의상으로도 맞지 않다.
우회활용은 영어로는 periphrastic conjugation이라 하고, 라틴어로는 Coniugātiō periphrastica(꼬뉴가-띠오- 뻬리프라스띠까)라고 한다.
3) 절대시제와 상대시제
동사의 시제는 절대적 시제와 상대적 시제로 나뉜다. 이는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 문장에서 말하는 시제는 언제나 절대적 시간을 가리킨다.
ⓐ 모든 라틴어 동사는 6가지 서법(한정용법 3가지와 비한정용법 3가지) 중 하나로 쓰인다.
ⓑ 직설법의 시제만 절대시제이다. 직설법에는 모든 시제가 다 들어있다.
ⓒ 접속법, 부정사, 분사, 동명사 등의 시제는 상대적 시제이다.
ⓓ 접속법과 명령법은 어떤 가상적 상황을 전제로 하는 시제이다.
ⓔ 부정사와 분사와 동명사는 독립적으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하므로 주절의 시제를 따른다.
ⓕ 직설법을 제외한 나머지 서법에서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시제만을 갖는다.
상대적 시제이든 절대적 시제이든 문장 안에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시간적 상황을 나타낸다. 상대적 시제라고 해서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시간도 되고 저 시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 시제도 명확한 어떤 시간을 가리킨다. 절대적 시제와 다른 점은, 주동사의 시제나 문맥적 상황을 전제로 해서 시간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4) 시제와 관련하여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될 내용들
직설법에서는 모든 시제가 다 나타난다.
접속법에는 ① 현재 ② 미완료 ③ 완료 ④ 과거완료 등 4가지 시제가 있고, 미래와 미래완료시제는 없다. 로마인들은 접속법은 가상적 상황이므로 그 안에 미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 듯하다.
명령법에는 ① 현재시제와 ② 미래시제 등 2가지가 있다. 명령법 과거는 불가능한 형용모순이다.
부정사법과 분사법에는 ① 현재, ② 완료, ③ 미래 등 3가지 시제가 있지만 모두 상대적 시간을 나타내며, 주동사 시제의 지배를 받는다. 이들은 인칭과 수의 한정을 받지 않는 비한정용법에 속한다. 능동태 수동태 등 양태의 변화는 존재한다. 동형용사는 당위분사라고도 하며 미래분사 수동태 용법 중 하나이다.
동사적 명사(verbal nouns)는 시제, 인칭, 수, 태 등의 한정을 받지 않는 비한정용법에 속한다. 다만 중성 단수 형태로 격변화를 할 뿐이다.
라틴어의 동사적 명사는 2가지가 있다.
ⓐ 동명사(gerundium 게룬디움~) : 미래분사 수동태 중성 단수의 속격 여격 대격 탈격과 같은 형태이다.
ⓑ 수피눔(supīnum 수삐-눔~) : 대격과 탈격으로만 쓰이고 형태는 완료분사 수동태 중성 단수와 같다.
* 수피눔을 목적분사라고도 하는데,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이는 표현으로 보인다. 품사적으로는 명사이지만, 대격(~하기 위하여)과 탈격(~하기에)으로만 쓰이므로 문장에서는 부사적으로 쓰인다. 아마도 형태는 분사와 같으면서 부사적 용법(명사의 대격부사와 탈격)으로 쓰이기 때문에, 분사구문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목적분사라는 명칭을 붙힌 것으로 보인다. '수피눔'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목적동명사' 또는 수피눔의 원뜻을 살려 '와사동명사'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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