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문법용어 정리의 필요성
최소한 학교 문법에서라도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
1) 문제 있는 문법용어
영어는 명사변화든 동사변화든 '변화'라는 말 한 마디면 족하다. 영어는 어형의 변화가 매우 단순하기 때문이다.
영어문법에서 쓰이는 한글용어가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다른 언어의 문법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어린시절 아직 용어의 뜻을 미처를 헤아려보기도 전에 영어의 문법용어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습득한 용어로 다른 외국어를 바라보게 된다.
영어교육 체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이 이 글을 볼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영어학 전공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영문법 용어를 수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영문법 용어가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명사 변화’는 ‘곡용’이라는 표현으로 하면 될 것 같고, 동사 변화는 ‘접용’ 또는 그와 유사한 새로운 용어를 정하여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가능할까?
사실 영문법 용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가정법’이라는 용어이다.
should(~해야 한다)와 so that~구문이 왜 가정법에 속하는지 몰라도 영어 습득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리스어 라틴어 등 다른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미국인들 스스로도 안쓰는 '가정법(assumptive mood?)'이라는 용어 대신에 '접속법 subjuntive mood'이란 용어로 바꾸면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원의 뜻에도 맞고, 문법을 공부할 때 오해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접속법은 subjuntive 대신 conjunctiv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con 더불어 + junctive 연결하는).
의무의 뜻으로 쓰이는 should(~해야 한다)가 shall의 과거형인데도 왜 현재의 일을 나타내고 있는지, 그리고 명령문도 아니면서 어떻게 명령조의 표현이 가능한지 등등의 이유는 이 표현이 접속법(권유, 의지, 명령, 가정, 추측, 목적, 결과 등등)의 변화형이기 때문이다.
2) 외국어 교육용 문법용어 조정위원회의 설립을 희망함
우리나라 외국어 전공 학자들의 대표로 구성된 '외국어 문법용어 조정위원회' 또는 '외국어 교육용 문법용어 통일위원회' 와 같은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정과거시제 명령법’과 같은 용어를 사라지게 하면 좋겠다. 명령을 들은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명령을 수행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과거시제 명령법이라는 말이 가능한가? 과거시제 명령법은 형용모순이다.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용어로는 부적절하다.
실제로 그리스어의 ‘부정과거 명령법’은 ‘현재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명령법’이다. 실제의 의미는 듣는 이가 일회성으로 끝날 일을 수행하거나 아니면 어떤 기간 안에 완결되는 일을 수행할 것을 명령할 때 사용하는 명령법이다. 명령법 부정과거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이다. 뜻을 풀어서 말하면 '단순발생 시제' 명령법 또는 '단순시제' 명령법이고,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는 '아오리스트 시제(무정시제) 명령법이다.
3) 문제있는 영문법 용어
문제가 될 만한 용어들을 얼핏 떠올려 본다.
ⓐ 가정법 :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가정해서 말하는 법'만이 가정법은 아니다. 그리고 '조건문' 등과 혼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청유, 권유, 의지, 명령, 추측, 가정, 목적, 결과, 희구(소원) 등의 뜻을 이 용어가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서양에서 널리 쓰이는 '접속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같다.
ⓑ 부정사 : 이 용어는 이미 너무 익숙해서 바꾸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문자들은 not, no와 혼동할 수 있다. '비한정사'나 '무정사' 등의 용어가 좋을 것 같다.
ⓒ 부정대명사 : 일반적으로 anyone(누군가) 등 정해지지 않는 대상을 가리키는 부정대명사를 의미하지만, none이나 nothing 등 아무것도 없거나 아무도 아니라는 반대를 의미하는 대명사도 부정대명사라고 한다. 정해지지 않는 대상을 가리키는 부정대명사를 '비한정 대명사' 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 부정부사 : not이나 never 등 반대를 의미하는 부사를 일반적으로 부정부사라고 하지만, somewhere(어딘가) 등 특정한 곳을 정하지 않고 가리키는 장소 부사 등도 부정부사라고 한다.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가리키는 부사를 '비한정 부사'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4) 문제있는 라틴어 문법 용어
ⓐ 전접어, 후접어 : 낱말 뒤에 붙는 접어를 '전접어(enclitic)'라고 하는데 이는 혼동을 유발한다. proclitic(후접어)이 전접어가 맞다
ⓑ 부정법 : 부정사구문을 부정법이라고 한다. 반대를 의미하는 '부정(否定)'을 표현하는 구문과 혼동을 유발한다. 차라리 '부정사법'이라고 하면 더 나을 것 같다.
ⓒ 용장활용 : 우회활용이면 충분하다. '용장'이라는 말은 '쓸데없는 중복'을 의미한다. 동사의 우회활용시제는 쓸데없는 중복이 아니라 '동사구'로 표현된 '꼭 필요하고 간결한'시제표현이다.
ⓓ 영문법에서 보였던 문제 : 부정대명사, 부정부사, 부정관계대명사 등등.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부정은 모두 '비한정'이나 '무정'으로 바꾸어서, '반대나 없음'을 의미하는 '부정'과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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