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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라틴어 잡담

혹시 컴퓨터나 한글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 컴퓨터 한글 입력과 관련하여

by 임메르시오 2020. 12. 8.

혹시 컴퓨터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한글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 컴퓨터 한글 입력과 관련하여

한글로 외국어 발음을 표시하는 문제에 대하여

1) 한글 입력의 제한

바람직한 외국어 발음표기는 가능한 한 원음에 가까워야 하고, 글자변환(translitration)에 일관성을 유지하여 발음만 보고도 원글자를 알아내기 쉽도록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빹'은 입력이 되는데, "빠ㄸ'에서 ㄸ은 종성으로 입력이 안됩니다. 한글 창제 원리를 생각하여, 자유로운 한글입력을 제한하는 컴퓨터 입력코드를 수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앜'과 '앆'은 둘 다 입력이 되는데 '빠ㄸ'은 입력이 안되게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격음을 선호하고 경음을 배척하는 것은 영어의 영향은 아닐런지요? 영어는 기본적으로 격음(기식음)이고, 격음과 경음의 구별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Committō(미ㄸ또-; 결합하다, 믿고 맡기다, 임무를 부여하다)

위에 예시한 라틴어 낱말의 한글발음표기는, 꼼미ㄸ또, 꼼밑또, 꼼밋또, 꼼믿또 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들 한글발음들을 한국어로 발음하면 모두 비슷한(같은?)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이 한글발음만 보고 다시 문자변환(Transliteration)을 하면 제각각 다르게 나옵니다. 

①꼼미ㄸ또-⥬(Committō) - ㄸ이 받침으로 입력이 안된다.
②꼼밑또-⥬(Commithtō)
③꼼밋또-⥬(Commistō)
④꼼믿또-⥬(Commidtō)


이런 의미에서 각 외국어별 발음표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한글표기는 더 자유로워야 합니다.

 



2) 외국어 발음표기와 한글 맞춤법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라틴어 알파벳(소위 로마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등등... 동유럽이나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도 기존의 끼릴문자나 한자 대신 라틴문자로 모국어의 표현수단을 바꾸었습니다. 베트남도 한자를 버리고 라틴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노이는 하내()의 베트남식 발음입니다.

유럽 언어의 원조격일 수 있는 그리스어의 경우도,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조상들이 쓰던 선문자를 버리고 페니키아 문자를 받아들여 발전시켰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방언에서 사용하던 알파벳을 버리고 이오니아 방언의 알파벳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ㅎ음을 나타내는 알파벳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고전 그리스어에는 ㅎ음은 발음부호로만 표시될 뿐 이 음을 별도로 표현하는 알파벳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몇년 전 동티모르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서 한글자모를 선택한 적이 있습니다. 한글표현 또는 컴퓨터의 한글입력을 현행 한글 맞춤법에 한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외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소리표현의 문제이고, 외래어의 한글표기는 맞춤법에 따른 한글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문제이므로 이 둘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외국어의 발음표기를 한글 맞춤법에 따라 적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모든 언어는 고유한 발성법과 발음방식을 가지로 있으므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의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음성부호를 고안한 배경이겠지요. 한글의 모든 표현방식을 다 동원해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모자라 한글 맞춤법에 맞춰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외국어와 외래어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고대 그리스어 사전]과 [라틴어 사전]의 한글 발음 표기는 경음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두 언어는 일본어나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등과 같이 경음 위주의 소리를 내는 언어들입니다.

한국어와 한글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한글자모가 한국어와 분리되어 한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유산이 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로마문자나 그리스문자, 한자나 아라비아문자처럼 한글자모가 한글의 틀을 벗어나 세계인의 유산이 되려면, 한글과 관련된 분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글자모가 한국어를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문자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많은 언어들의 기록수단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 200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7,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는데, 2050년 쯤이면 이중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3) 모아쓰기와 늘어쓰기(풀어쓰기)의 문제

또 한 가지는 한글은 모아쓰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어들은 늘어쓰기를 합니다. 이런 특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국어는 종성에서 말이 끊어지는 현상이 있고, 그에 따라 평음(예 ㄱ)이 받침으로 쓰일 때는 격음이나 경음(ㄲ 또는 ㅋ)으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어서, 알파벳 자모를 옆으로 늘어서 쓰는 외국어의 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독도'를 영어로 표현할 때, Dokdo가 적절하지 Dogdo라고는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Dogdo를 다시 한글로 음역하면 아마도 '도그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원래없던 'ㅡ' 모음이 추가되어 다시 한 번 외국어 표현에 왜곡이 생깁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외래어의 한글 맞춤법 표기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외국어 발음표기에서는 '도ㄱ도'와 같이 외국어의 늘어쓰기에 대응하는 단독 자음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쓰는 것입니다. 

Gallia est in Eurōpā(프랑스는 유럽에 있습니다)는 '-리아 에스ㄸ 인 에우-빠-'로 표기할 수가 있는데, 여기서 est in은 연음이 일어나서 '에스띤'으로 발음이 될 것입니다. '에스뜨 인'이라고 표기하는 것보다 원음에 더 가까운 표기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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